온라인 담타라는 사이트가 있다. 담배 이미지가 화면 가운데 타고 있고, 옆에는 익명 채팅창이 흘러간다. 비흡연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이 서비스에 일일 접속자가 3만 명을 넘겼다. 처음엔 황당했는데, 직접 들어가봤더니 달랐다.

비흡연자가 억울해온 이유, 꽤 오래됐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봤을 장면이다. 팀원 절반이 오후 3시에 담타 간다며 우르르 빠져나간다. 15분쯤 지나서 담배 냄새를 풍기며 돌아온다.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그 시간 동안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루에 이게 두세 번 반복되면 30~40분 차이가 난다.
몇 년 전 한 게임 회사가 아예 이걸 사내 규정으로 못 박아버렸다. 흡연 이동 1회당 15분을 업무시간에서 빼겠다는 공지였다. 하루 4번 피우면 1시간 추가 근무하고 퇴근해라. 온라인은 당연히 들끓었고 "과하다" 대 "당연하다"로 갈리다가 흐지부지 됐다. 그 뒤로도 이 논쟁은 조용히 반복됐다.
Z세대 취준생 2,322명 대상 설문을 보면 허용 가능한 자리 비움 시간이 30분 이내라는 응답이 86%였다. 담타 한 번이 15~20분이라는 걸 감안하면, 여러 번 자리 비우는 건 다수가 불편하게 본다는 거다. 회사에서 딱 잘라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 탕비실 가는 것도, 화장실 오래 있는 것도 다 허용하는데 흡연만 건드리면 형평성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만들어버렸다
지난해 11월, 한 직장인 개발자가 링크드인에 글을 올렸다. "담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합법적인 쉬는 시간처럼 느껴져 부러웠다면 이제 온라인 담타를 즐겨보라. 건강에도 해롭지 않다." 그렇게 damta.world가 공개됐다.
서비스 구조는 단순하다. 화면 가운데 담배가 타고 있다. 길게 누르면 불이 붙고, 재가 쌓이면 털 수 있다. 오른쪽에는 동시 접속자들의 익명 채팅이 흘러간다. 공간 테마를 고를 수 있는데 '회사 옥상', '야구장', '지구 밖', '침묵의 방' 같은 선택지가 있다. ASMR도 켤 수 있다. 담배 타는 소리가 난다.
개발자는 비흡연자로 직장에 다니면서 담타 시간에 팀원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따라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비스 공개 후 지금까지 총 방문 수 115만 회를 넘겼다. 일일 접속자는 3만~3만 6천 명, DAU(일간 활성 이용자)는 13만, 동시접속자는 400명 이상이다.

직접 들어가봤다, 3분이 생각보다 길었다
저녁 9시쯤 들어가봤다. 화면에 담배가 타고 있고, 옆으로 채팅이 스크롤됐다. 내용이 좀 웃겼다. "야근 세 번째입니다", "내일 회의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이번 달 카드값이 왜 이러냐". 직장인이 평소에 SNS에는 잘 안 쓰는 말들이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해서 담배를 클릭하다가 채팅 몇 개 읽었는데, 3분쯤 지나니 왜 이게 뜨는지 알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는 척하는 게 아니라, 말 안 해도 통하는 공간에 잠깐 있는 느낌이었다. 익명이라 아무도 모르고, 부담도 없다. 짧게 연결되고 끊어지는 방식이 오히려 편하다.
X(트위터)에서는 온라인 담타를 추천하는 게시글이 조회수 505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비흡연자인데 다른 팀원들 담타 갈 때 억울했다, 우리도 온라인으로 즐기자"는 반응이 많았다. 누군가는 "스트레스 해소를 술·담배·커피 대신 온라인 담타로 한다"고도 했다.

3만 명이 매일 들어오는 이유는 담배 때문이 아니다
온라인 담타의 핵심은 흡연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이 서비스가 건드리는 건 세 가지다.
첫째는 공식적으로 허용된 휴식이라는 느낌이다. 흡연자의 담타가 합법적인 이탈처럼 기능해온 이유가 여기 있다. 회사 옥상에서 담배 피우는 시간은 그냥 인정받는다. 비흡연자에게는 그런 의례가 없다. 온라인 담타는 그 빈자리를 건드린다.
둘째는 익명 공감이다. 직장 얘기를 SNS에 쓰면 누군가 볼 수 있고, 사내 메신저는 기록이 남는다. 온라인 담타 채팅은 닉네임이 자동 부여되고 아무도 신원을 모른다. 짧게 흘러가고 사라지는 대화가 오히려 털어놓기 편하다.
셋째는 소속감 비슷한 것이다. 흡연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랑 담배 한 대 피우며 한마디 나눈다. 온라인 담타 채팅이 그 감각을 디지털로 옮긴 거다. 강한 커뮤니티가 아니어도,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느낌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아쉬운 점도 솔직히 있다
이게 직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느냐 하면 좀 다른 문제다. 회의 중간에 잠깐 담타 간다는 사람한테 "나도 온라인 담타 할게요"라고 말하기는 민망하다. 결국 혼자 책상에 앉아서 몰래 들어가는 거고, 담타의 '공식 이탈' 느낌을 대체하진 못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서비스가 흡연자-비흡연자 갈등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직장 내 담타 형평성 문제는 사내 문화와 규정의 영역이다. 온라인 담타는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재미있는 우회로이지, 진짜 해결책은 아니다. 비흡연자에게도 명시적으로 허용되는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인상적이었다. 비흡연자로서 느낀 소소한 억울함을 사이트 하나로 만들었고, 그게 115만 명을 불러왔다. 공감 하나가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 참고 자료
- 비흡연자도 '담타 갖자' 3만명 우르르...가짜 흡연실 인기, 왜? — 머니투데이
- 몸에 해롭지 않은 담배?…비흡연자 위한 '온라인 담타' 등장 — 동아일보
- 왜 흡연자들만 업무 시간에 쉬나요? 비흡연자용 담타 사이트 등장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