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30일, Sequoia Capital의 AI Ascent 2026 무대.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전 테슬라 AI 헤드인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Stephanie Zhan과 약 30분간 나눈 fireside chat은 그가 지난 1년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1년 전 그가 만든 단어가 위키피디아에 올랐다는 게 농담처럼 회자될 만큼, 카파시의 다음 단어는 늘 산업의 다음 단계를 예고한다.
이번에 그가 던진 단어는 "agentic engineering", 그리고 "Software 3.0", "jagged intelligence(들쭉날쭉한 지능)", "ghosts, not animals(동물이 아니라 유령)"이다. 30분 안에 압축됐지만 그 속의 진단은 산업 전반의 작업 방식이 다시 한 번 재편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 글은 카파시 본인이 직접 정리한 Sequoia Ascent 2026 summary와 토크 영상, 그리고 Guillermo Flor, Analytics Drift, Business Insider, The Economic Times 등 다수의 분석을 종합해 핵심 12개 명제로 재구성한 것이다.
1. December 2025 — "12월부터 코드를 한 줄도 타이핑하지 않았다"
카파시가 토크 첫 머리에서 던진 문장은 충격적이다.
"프로그래머로서 지금만큼 뒤처졌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가 말한 변곡점은 2025년 12월이다. 11월까지만 해도 코드의 80%를 직접 쓰고 AI에게 20%만 맡겼는데, 12월을 기점으로 그 비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Claude Code, OpenAI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들이 갑자기 "수정할 게 없는 큰 덩어리의 코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델 출력을 고친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점점 더 시스템을 신뢰하게 됐다."
그는 이 변화를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임계점을 넘은 사건(threshold crossed)이라 단언한다. 코딩 에이전트가 "도움 되는 자동완성"에서 "팀원처럼 일하는 주체"로 단번에 도약했다는 것이다.
2. Software 3.0 — 컨텍스트 윈도우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표면이다
카파시는 자신의 유명한 Software 1.0 / 2.0 프레임워크를 한 단계 더 확장했다.
| 단계 | 정의 | 매개체 |
|---|---|---|
| Software 1.0 | 인간이 명시적으로 코드를 작성 | 결정론적 명령어 |
| Software 2.0 | 인간이 데이터로 신경망을 훈련 | 가중치(weights) |
| Software 3.0 | 인간이 프롬프트·컨텍스트·툴·메모리로 모델을 프로그래밍 | 컨텍스트 윈도우 |
핵심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표현으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컨텍스트 윈도우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표면(programming surface)이 됐고, LLM은 그 컨텍스트를 해석하고 도구를 부르고 환경을 디버깅하는 지능형 인터프리터가 됐다는 것.
그가 든 사례는 설치 스크립트다. 옛 세계에서는 OS·환경·의존성을 모두 분기 처리하는 brittle한 bash 스크립트가 필요했다. Software 3.0 세계에서는 그저 에이전트에게 붙여넣을 텍스트 한 블록이면 된다. 에이전트가 환경을 살펴보고, 빠진 것을 알아서 채우고, 에러를 수정한다.
3. MenuGen — 사라져야 할 앱의 사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화는 카파시 본인이 만든 MenuGen이다. 식당 메뉴를 사진 찍으면 OCR로 요리명을 추출해 음식 이미지를 생성·렌더링하는 웹앱. 프론트엔드, OCR API, 이미지 생성, 인증, 결제, 인프라 — 평범한 SaaS 풀스택이다.
그런데 누군가 Gemini의 멀티모달 모델에 메뉴 사진을 그대로 던져넣고 "음식 이미지를 메뉴 위에 직접 그려줘"라고 말하는 걸 봤다. 앱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그 앱은 존재하면 안 됐다(That app shouldn't exist)."
카파시의 결론은 단호하다. 상당수 AI 앱은 모델 한계의 임시 래퍼(temporary wrappers around model limitations)다. 모델이 좋아질수록 앱 카테고리 전체가 프롬프트 한 줄로 붕괴한다.
창업자에게 이 시사점은 두 갈래다.
- 기존 워크플로를 빠르게 만들기가 아니라, 이전엔 불가능했던 정보 변환을 가능하게 만들기에 집중하라
- AI가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라
4. Verifiability — AI가 가장 먼저 자동화하는 곳
카파시의 핵심 자동화 프레임워크는 한 줄로 요약된다.
"전통 소프트웨어는 명세할 수 있는(specify) 것을 자동화한다. AI/RL은 검증할 수 있는(verify) 것을 자동화한다."
코드, 수학, 테스트, 보안, 게임 — 이 영역들은 자동 보상 신호가 분명하다. 모델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보상을 받고, 개선된다. 그래서 코딩 에이전트가 일반 챗봇 경험보다 압도적으로 좋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framework는 약점도 같이 설명한다. 동일 모델이 10만 줄 코드베이스를 리팩토링하면서, 50미터 떨어진 세차장까지 걸어가는 추론은 못한다. 카파시는 이를 "jagged intelligence(들쭉날쭉한 지능)"이라 부른다.
들쭉날쭉의 두 축:
-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 연구실의 훈련 집중도(training attention)
따라서 창업자의 핵심 질문은 이렇게 정리된다.
"내 도메인은 검증 가능한가? 그리고 프론티어 랩이 아직 집중하지 않은 영역인가?"
코딩, 수학, 일반 reasoning은 이미 모든 랩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금융 운영, 세무, 컴플라이언스, 보험 청구, 조달, 계약 검토, 의료 행정, CS QA, 사이버보안, 회계 — 검증 가능하면서 가치가 큰데 아직 RL 훈련 데이터가 빈약한 영역들이 산업에 산재한다. 이것이 카파시가 말하는 "다음 강한 AI 회사는 SaaS보다 도메인 특화 RL 환경에 가까워 보일 것"의 의미다.
5. 바이브 코딩 vs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 바닥을 올리는가, 천장을 올리는가
1년 전 카파시가 만든 단어 vibe coding이 위키피디아에 올랐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 그 개념을 이미 낡은 것으로 선언한다.
| 바이브 코딩 | 에이전틱 엔지니어링 | |
|---|---|---|
| 무엇을 한다 | 말로 묘사 → 모델이 만든 것을 받아들임 | 에이전트를 조율 → 품질 기준을 지키며 가속 |
| 효과 | 바닥을 올린다(raise the floor) | 천장을 올린다(raise the ceiling) |
| 타겟 | 누구나 | 프로페셔널 |
| 책임 | 가벼움 | 보안/아키텍처/유지보수 책임 그대로 |
| 실패 모드 | 보안 취약점, 기술부채, 이해 못한 코드 | (적절히 하면) 거의 없음 |
카파시의 진단:
"vibe coding은 프로토타입에는 좋다. 하지만 진지한 팀이 필요한 건 agentic engineering이다."
여기서 그는 "10x 엔지니어" 개념의 종말을 선언한다. 에이전트를 잘 다루는 사람은 10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앞서간다. 차이는 "코드를 덜 친다"가 아니라 "왜 이 소프트웨어가 중요한지를 더 많이 이해한다"에서 온다.
6. Ghosts, Not Animals — 동물이 아니라 유령을 소환하고 있다
카파시는 2025년 10월 Dwarkesh Patel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비유를 다시 가져왔다.
"우리는 동물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다. 유령(ghosts)을 소환하고 있다."
진화는 생존 압력, 호기심, 놀이, 내재적 동기를 가진 동물을 만든다. 반면 LLM은 인터넷 문서의 통계적 모방으로 만들어진 "인간 산물의 통계적 시뮬레이션"이다. 따라서 그것은:
- 어느 순간 천재적이고, 다음 순간 기괴할 만큼 멍청하다
- 매끈한 인간의 마음이 아니다
- 들쭉날쭉하고 외계적이며 도구적이다
올바른 자세는 무시도, 맹신도 아닌 경험적 친숙함(empirical familiarity). 어디서 작동하고 어디서 실패하는지, 어떤 데이터로 훈련됐는지, 어떤 가드레일이 필요한지를 측정해서 알아야 한다.
7. 채용은 바뀌어야 한다
만약 직업의 본질이 agentic engineering으로 바뀌었다면, 채용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카파시의 일관된 주장이다.
- 옛 면접: 작은 알고리즘 퍼즐, 화이트보드 코딩
- 새 면접: "에이전트로 큰 프로젝트를 빌드하라. 보안을 갖춰라. 다른 적대적 에이전트가 깨려고 시도해도 견디게 만들어라."
이 면접이 측정하는 것:
- 작업을 에이전트용으로 분해(decompose)할 수 있는가
- 유용한 명세(spec)를 쓸 수 있는가
- 속도를 내면서 품질을 지킬 수 있는가
- 생성된 결과를 리뷰할 수 있는가
- 보안과 권한 경계를 설계할 수 있는가
- 에이전트를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가, 아니면 슬롭(slop)만 만드는가
전통 면접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과, AI-native 시대에 가장 잘하는 사람은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8. Agent-Native 인프라 — 사용자가 인간이 아닐 때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인간이 클릭하는 화면을 전제로 설계됐다. 그런데 카파시는 묻는다.
"당신의 사용자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에이전트라면?"
그렇다면 제품에는 다음과 같은 agent-native 표면이 필요하다.
- Markdown 문서
- CLI
- API
- MCP 서버
- 구조화된 로그
- 머신 리더블 스키마
- 복붙 가능한 에이전트 지침
- 안전한 권한 부여
- 감사 가능한 액션
- 헤드리스 셋업 플로우
카파시는 이걸 "센서와 액추에이터" 메타포로 부른다. 미래 스택은 에이전트가 사람과 조직을 대신해 센서·액추에이터를 작동시키는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소비자에게 와 닿는 미래상은 한 줄이다.
"내 에이전트가 당신의 에이전트와 얘기할게요."
9. 분석가들이 짚은 함의
이 토크가 끝난 직후 여러 시각의 리뷰가 빠르게 올라왔다. 핵심 시사점만 정리하면:
Guillermo Flor (The AI Opportunities) — Software 3.0의 가장 큰 함의는 "정보 변환(information transformation)" 카테고리의 부상이다. 단순 검색·요약이 아니라 회사 위키, 투자 메모, 리서치 맵, 운영 매뉴얼, 마켓 맵, 전략 브리프 같은 비정형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컴파일하는 시스템이 다음 카테고리다.
Analytics Drift — "December 2025"는 이제 산업 변곡점의 고유명사가 됐다. 가장 강한 인용은 "You can outsource your thinking, but you can't outsource your understanding."
The Economic Times — 카파시는 본인을 "AI psychosis 상태"라 묘사한다. 16시간씩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지휘하며 "지금은 컴퓨트가 병목이 아니라 인간이 에이전트를 잘 지휘하는 능력이 병목"이라는 것.
Stephanie Zhan (Sequoia) — "바이브 코딩이 바닥을 올렸다면,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천장을 올린다.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새로운 도구로, 사람의 취향·판단·이해는 보존하며 만드는 것."
Business Insider — 167명 엔지니어 설문에서 30명이 "앞서고 있다", 75명이 "따라가고 있다", 27명이 "뒤처졌다"고 응답. 카파시 본인이 가장 "뒤처졌다" 그룹에 속한다고 농담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Brian Wang (Next Big Future) — 한 단계 더 나아간 분석. 카파시가 No Priors에서 보여준 AutoResearch(630줄짜리 학습 코드 위에서 에이전트가 700개 실험을 자율 수행)는 "loopy era"의 시작이다. 코딩 에이전트는 AGI의 커널이 될 것이다.
10. 마지막 명제 — 지능은 싸지고, 이해는 귀해진다
토크의 마지막 장면은 교육이었다. 카파시는 Eureka Labs를 만들고 microGPT(243줄 순수 Python으로 GPT를 처음부터 학습)를 공개한 사람이다. 그가 반복하는 한 줄이 있다.
"You can outsource your thinking, but you can't outsource your understanding."
"사고는 외주 줄 수 있지만, 이해는 외주 줄 수 없다."
에이전트가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인간 병목은 집행에서 이해로 옮겨간다. 무엇이 만들 가치가 있는지, 어떤 결과가 의심스러운지,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받아들일 만한지. 이것이 인간이 보존해야 할 마지막 능력이다.
마치며 —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모두에게 이 변화가 의미하는 것
카파시의 30분은 "코딩이 사라진다"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훨씬 넓다.
일의 본질이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컨텍스트를 정의하고 → 도구를 정의하고 → 피드백 루프를 정의하고 → 가드레일을 정의하고 → 에이전트가 일하게 하고 → 인간의 이해를 보존한다.
이 패턴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리서치, 교육, 인프라, 지식 노동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터랙션 디자이너에게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만들어온 인터페이스가 인간 사용자를 가정했다면, 다음 세대 인터페이스는 그 인간을 대신하는 에이전트까지 1급 사용자로 모셔야 한다. 메뉴, 버튼, 모달, 설정 페이지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 옆에는 반드시 agent-native surface가 같이 있어야 한다.
바닥은 누구에게나 열린다. 천장은 깊이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열린다. 카파시가 30분 동안 한 말의 가장 짧은 요약이다.
📎 참고 자료
- 카파시 본인 정리: Sequoia Ascent 2026 summary
- 영상: Andrej Karpathy — From Vibe Coding to Agentic Engineering (Sequoia Capital)
- Guillermo Flor — Sequoia AI Ascent 2026: Andrej Karpathy 분석
- Analytics Drift — Karpathy Declares Vibe Coding Obsolete, Introduces Agentic Engineering
- Business Insider — Agentic Engineering Is the Next Big Thing
- The Economic Times — Karpathy no longer writes code
- Next Big Future — Code Agents, AutoResearch and the Self-Improvement Loopy Era of AI
- (참고) Dwarkesh Patel × Karpathy — AGI is still a decade away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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