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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완구 말고 동물원이 284% 폭증했다, 부모 소비의 무게가 이동했다

by bamsik 2026.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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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소비 트렌드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KB국민카드가 3년간 1,250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어린이날 전후 동물원 이용금액이 평소 대비 284% 폭증했다. 장난감보다 경험에 지갑을 여는 부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장난감 사려고 했다

어린이날이 되면 의례처럼 하는 일이 있다. 아이가 요즘 뭘 갖고 싶어하나 슬쩍 물어보고, 장난감 가게 사이트 미리 열어두는 것. 올해도 그러고 있었는데, 우연히 KB국민카드에서 낸 5월 소비 데이터 분석을 보게 됐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다. 어차피 장난감 많이 팔린다는 뻔한 내용이겠지 싶어서. 근데 막상 읽다 보니 완구 얘기보다 동물원 얘기가 더 많았다. 그것도 꽤 압도적으로.

데이터는 동물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KB국민카드가 2023년부터 3년치 5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대상이 1,250만 명 고객의 2억 5,000만 건이다. 어린이날 전후로 돈이 어느 업종으로 몰리는지 본 건데, 결과가 예상과 좀 달랐다.

동식물원 284%, 놀이공원 118%, 영화관 101%

나들이 관련 업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건 동·식물원이었다. 5월 일평균 대비 284% 증가. 놀이공원이 118%, 영화·공연이 101%, 오락실도 71%가 올랐다. 외식도 32% 늘었고.

이용금액 기준으로 보면, 놀이공원에서 가족 1인당 평균 5만 2천 원, 동식물원이 2만 8천 원, 뮤지엄이 2만 4천 원, 영화관이 2만 원 수준이다. 동물원이 의외로 저렴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4인 가족이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15만 원은 금방 넘긴다.

어린이날 당일보다 전날이 더 많이 쓰는 이유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게 있었다. 소비 피크가 어린이날 당일이 아니라 전날이라는 거다. 외식 업종 기준으로 당일은 평균 대비 32% 증가인데, 전날은 최대 41%까지 올라간다. 소비의 무게 중심이 이미 전야로 이동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해는 간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다들 이미 어딘가로 나가 있다. 카드 긋는 시점이 흩어진다. 반면 전날에는 "내일 놀러 가기 전에 저녁은 뭐 먹을까", "마트 들렀다 가야지"가 한꺼번에 터진다. 준비하는 설렘 자체가 소비를 당긴다.

왜 부모들은 물건 대신 경험을 택하기 시작했나

스마트폰 세대 아이에게 기억을 사주다

어느 순간부터 장난감의 진짜 경쟁 상대가 유튜브와 게임이 됐다. 비싼 레고 사줘도 개봉하고 한 시간 만에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경험, 한 번쯤은 다들 겪어봤을 것이다. 장난감이 아이의 집중을 붙잡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반면 같이 나가서 동물 보고, 관람차 타고, 뭔가를 먹는 시간은 조금 다르다. 아이가 그 자리에서 반응하고, 부모도 함께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날 얘기를 하게 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이은희 교수는 이 변화를 두고 "부모 세대의 가치관이 물건보다 시간과 기억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흐름으로, 등산이나 산행이 젊은 세대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운산행 열풍에서 등산화 540% 폭증한 이야기를 들여다봐도, 결국 '경험과 기억'이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3~4만 원짜리 체험 상품권이 고가 완구보다 잘 팔리는 이유

통계청 자료를 보면 어린이날 연휴 체험형 콘텐츠 지출이 전년 대비 18% 늘었는데, 완구류 판매는 오히려 소폭 줄었거든. 한 대형마트 관계자 말이 꽤 직접적이었다 — "드론이나 AI 로봇보다 3~4만 원대 체험 상품권이 더 잘 팔린다"고.

레고랜드 설문 결과도 비슷했는데, 천여 명 아이들한테 물었더니 '가족여행'이 52.7%로 압도적 1등이었고 '선물 받기'는 16.3%에 그쳤거든. 아이들도 사실은 어딘가 같이 가는 하루를 더 원하고 있었던 것.

그렇다고 완구가 안 팔리는 건 아니다. 어린이날 선물 매출 1위가 여전히 완구·장난감(24%)이고, 과자세트(11%), 휴대용 게임(10%)이 뒤를 이으니까. 물건도 팔리긴 하는데, 체험형 지출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올해 어린이날, 예산은 어떻게 잡을까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이 정도 수준이다.

  • 동식물원: 가족 1인당 약 2만 8천 원
  • 놀이공원·테마파크: 1인당 약 5만 2천 원 (4인 가족이면 20만 원대)
  • 영화·공연: 1인당 약 2만 원
  • 외식: 1인당 음식점 약 5만 원, 디저트 약 1만 4천 원

올해는 변수가 하나 더 있는데, 황금연휴에 중국 노동절·일본 골든위크까지 겹쳐서 방한 외국인이 20만 명 수준으로 예상되거든. 에버랜드나 동물원 예약은 이미 꽉 찼거나 마감 임박인 곳이 대부분이고.

예약 없이 당일 가면 입장 줄이 한두 시간 넘게 나오기도 하는데, 기다리는 피로는 아이도 부모도 똑같이 힘들거든. 미리 예약 확인하고, 꽉 찼으면 붐비지 않는 대안 공간 찾는 게 낫고. 이 부분이 체험형 소비의 진짜 단점이다.

나는 올해 장난감 예산을 좀 줄이고 나들이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어차피 아이가 한 달 뒤에도 기억할 건 어딘가 갔던 날이지, 장난감 박스 뜯던 순간은 아닐 것 같아서.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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