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뭐 사줄지 고민하다 검색하다 보니 의외의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날 선물비가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1위가 장난감이 아니라는 거다. 그게 왜인지 좀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달라진 게 많았다.

어린이날 선물, 아직도 장난감이 1위라고 생각한다면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이날 선물 하면 레고, 티니핑,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게 먼저 떠오른다. 마트 완구 코너가 이맘때쯤 제일 붐비는 것도 그 이미지 때문이다. 근데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622명을 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선물 1위는 '옷, 신발 등 의류·잡화류'로 72.7%가 응답했다. 완구·인형은 44.4%로 2위에 그쳤다. 격차가 꽤 크다. 10년 전에도 이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어린이날 = 장난감'이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다.

10년 만에 2배, 근데 정작 1위는 의류였다
윤선생이 학부모 622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어린이날 선물 예산 평균은 9만5000원으로 나왔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서 4만9000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두 배 수준이다. 솔직히 이 숫자 보고 좀 놀랐다. 근데 더 흥미로운 건 돈만 두 배로 오른 게 아니라는 거다. 선물 품목 자체도 달라졌다.
학부모들이 선물로 주고 싶다고 답한 목록을 순위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 1위 의류·잡화 — 72.7%
- 2위 완구·인형 — 44.4%
- 3위 레포츠용품(자전거 등) — 34.2%
- 4위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 — 30.8%
- 5위 게임기기 — 30.0%

왜 실용적인 걸 선물하게 됐나
선물을 고를 때 뭘 가장 중요하게 보냐는 질문에 학부모의 69.2%는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인지'를 1순위로 꼽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정작 원하는 게 요즘엔 옷이나 신발인 경우가 많다. 초등 고학년쯤 되면 나이키 신발이나 특정 브랜드 티셔츠를 원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장난감보다 더 비싸면서 더 오래 쓸 수 있기도 하고.
'꼭 필요한 것인지'를 2위(60.6%)로 꼽은 학부모들의 심리도 비슷하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장난감보다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 선물비가 10만원에 가까워지니 좀 더 실속 있는 걸 선택하게 된다는 거다.

현금이나 주식 준다는 부모가 30%나 됐다
사실 더 인상적인 건 4위에 오른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30.8%)'이다. 부모 10명 중 3명이 어린이날 선물로 용돈이나 주식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전엔 "현금 선물은 성의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실제로 자녀 명의 증권 계좌도 크게 늘었다. 신한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미성년자 신규 계좌가 전년 대비 272% 급증했다. 계좌당 잔고는 평균 약 10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단순히 몇만 원 넣어두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 TIGER 미국S&P500 ETF 같은 걸 장기 보유하는 형태가 많다더라.
은행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어린이날 선물용 고금리 적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가 가입 코드를 자녀에게 전달해 자녀가 고금리로 가입하는 구조, 어린이날을 계기로 금융 교육을 시작하는 가정이 늘어난다는 걸 업계가 먼저 읽은 것이다.
조부모까지 열리는 지갑, 텐포켓이란 구조
어린이날 선물비가 10만원에 가까워진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7.2%가 "조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선물비를 지원받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부모만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까지 함께 아이 선물을 준비하는 구조다.
이걸 '텐포켓(Ten Pocket)' 현상이라고 부른다. 한 아이를 위해 열 개의 지갑이 열린다는 의미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가 귀해지면서 주변 어른들이 더 많이, 더 크게 선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백화점들이 '텐포켓 트렌드'를 마케팅 키워드로 내세울 만큼 이제는 일반화된 현상이다.
다만 이 구조에는 아쉬운 면도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선물 기대치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더 큰 선물을 받다 보면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작년에 30만원짜리 받았는데 올해는 뭘 받냐"는 아이 반응에 당황한 부모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선물 그 자체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경험이 더 오래 기억된다는 걸 잊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 참고 자료
- 어린이날 선물 평균비용 10만원, 10년 전 2배 껑충 — 머니투데이 (2026.04.30)
- 어린이날 선물 평균 10만원 시대…장난감 대신 '이것' 사준다 — 이투데이 (2026.04.30)
- 주식 투자하는 미성년자 급증, 미성년자 증권계좌 272%↑ — 매일경제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