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작년에 카공족 제재 공지를 붙였다는 뉴스를 봤을 때, 나는 '이제 진짜 눈치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카페에서 노트북 켜고 4시간째 앉아 있는 건 나도 가끔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4월, 스타벅스가 아예 포커스 존(Focus Zone)을 만들었다. 8개월 전 경고장을 보냈던 그 브랜드가, 카공족 전용 공간을 만들어 대학가 매장 절반을 내줬다. 단순한 변심인지, 아니면 계산된 전략인지 궁금했다.

작년 8월, 스타벅스가 카공족에게 보낸 경고장
그건 작년 8월에 시작됐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 데스크톱 PC 반입 금지, 큰 테이블 혼자 차지 금지라는 안내문이 생겼다. 다른 손님한테 불편을 준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당시 반응은 갈렸다. 카공족을 내쫓는다는 비판도 있었고, 카페는 원래 커피 마시는 곳 아니냐는 공감도 있었다. 어쨌든 스타벅스는 그 시점에 카공족 문화에 선을 긋는 쪽을 택했다. 그 결정이 채 1년도 안 돼서 뒤집힌다.

8개월 뒤, 스타벅스가 포커스 존을 만든 이유

포커스 존이 뭔지 구체적으로
올해 4월 9일, 스타벅스가 내놓은 게 포커스 존이다. 공부나 업무 목적으로 오는 1~2인 고객을 위한 전용 구역인데, 실제 가보면 꽤 신경 썼다는 게 보인다. ㄱ자 칸막이가 달린 싱글 부스석, 팀플에 쓸 수 있는 회의 테이블, 창가 쪽 칸막이 좌석까지 들어갔다. 스타벅스 이규찬 점포개발 담당은 "이용 목적과 체류 패턴에 맞춘 매장 설계로 공간 경험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6개 매장, 대학가 매장 절반이 카공 전용
현재 포커스 존 운영 매장은 신림녹두거리점, 송파방이점, 일산후곡점, 광교상현역점, 세종대점, 한양대에리카점 총 6곳이다. 그 중 올해 새로 생긴 세종대점과 한양대에리카점이 눈에 띈다. 두 곳 다 매장 면적의 절반을 포커스 존으로 채웠다. 캠퍼스 안에 있으니 시험 기간이 되면 과제하러 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 한양대에리카점은 캠퍼스 내부, 세종대점은 학생회관 1층에 있다.
작년 8월 제재와 이번 4월 포커스 존을 비교해 보면, 전략의 방향이 180도 달라졌다. 전에는 '카공족을 내보낸다'였다면, 이번엔 '카공족을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한다'다. 카페 업계에서는 이를 "관리형 전략"으로 해석한다.
저가커피가 2위와 4위를 차지한 현실
메가커피 30% 성장, 스타벅스 영업이익 9.3% 감소
이 전략 전환을 이해하려면 커피 시장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3조2380억원을 팔았다. 4.5% 올랐고, 사상 최대였다. 표면만 보면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문제였다. 1730억원으로 전년보다 9.3% 감소했다. 커피 원두 원자재값 인상, 인건비 상승이 원인이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이 줄었다는 건,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저가 커피는 반대였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6469억원을 찍었다. 30.4% 뛴 숫자고, 점포도 4000개를 넘겼다. 컴포즈커피도 3000개 이상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더 싼 쪽으로 이동했고, 결과적으로 커피 시장 순위에서 2위(메가MGC)와 4위(컴포즈)가 저가 브랜드가 됐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저가 커피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 곳이 대학가다. 20대 고객들이 가성비를 따져 저가 커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입장에서 대학가 매장에서 20대를 잡아두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스타벅스의 계산: 쫓아내는 것보다 흡수하는 게 낫다
포커스 존 전략을 단순히 "카공족 친화적으로 바뀌었다"로 읽는 건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는, 어차피 오는 카공족을 따로 분리해 매장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기존엔 카공족이 일반 좌석에 섞여 앉으면서 회전율이 낮아지고 일반 고객과의 마찰도 생겼다. 포커스 존을 만들면 카공족은 거기서 집중하고, 일반 고객은 나머지 공간에서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체류 목적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이 전략을 카공족에만 적용하지 않는다. 세종예술의전당점에는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까지 갖춘 '패밀리 프렌들리 존'을 운영 중이다. 고객 유형별로 공간을 세분화해서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머무르게 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현재 방향이다.
다만 포커스 존이 아직 6개 매장에 불과하다는 건 한계다. 전국 1800개가 넘는 스타벅스 매장 중 극히 일부만 운영 중이고, 대부분 매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방식으로 운영된다. 효과가 확인되면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카페가 '마시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스타벅스의 포커스 존은 사실 더 큰 흐름의 일부다. 카페를 커피를 사 마시는 공간으로만 쓰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재택근무가 늘고, 혼자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카페는 제2의 사무실이자 공부방이 됐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는 사이, 스타벅스는 가격 경쟁 대신 공간 경험으로 차별화를 선택했다. 카공족을 쫓아내는 것보다, 그들이 오는 이유를 공간 설계에 반영하는 쪽이 20대를 잡아두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스타벅스의 이 선택이 저가 커피의 공세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이다.
📎 참고 자료
- 스타벅스 카공족 환영, 대학가 매장에 1~2인석 전용 공간 - 연합뉴스 (2026.04.09)
- 민폐 카공족 제재했던 스타벅스, 180도 변신 - 파이낸셜뉴스 (2026.04.10)
- 스타벅스는 3조 독주, 저가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헤럴드경제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