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계좌는 있는데 오랫동안 방치해뒀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보면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코스피 최고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친구 모임에서도, 가족 단톡방에서도 주식 얘기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은 얼마 전 아이 이름으로 계좌를 열었다고 했다.

주식 계좌가 1억 개를 넘었다
수치 하나가 좀 충격적이었다.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가 1억 170만 개를 넘었다. 인구 5100만 명 나라에서 계좌가 1억 개. 1인당 평균 2개꼴이다. 올해만 670만 개가 새로 생겼고, 한 달에 170만 개씩 늘어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코스피는 5월 들어 6700선을 다시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글로벌 빅테크 실적 호조에 국내 상장사 어닝 서프라이즈까지 겹쳤다. 코스피 7000이 공상이 아닌 숫자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 상승장에서 진짜 달라진 건 지수 자체보다 그 주변 풍경이다. 투자가 어느 순간부터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0세도 주주가 됐다 — 아이 계좌가 1년에 10배 늘어난 이유
서울경제 단독 보도를 보고 두 번 읽었다. 올해 1분기에 토스증권에서만 아이계좌가 18만 개 넘게 개설됐다는 내용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엔 1만 8000개 수준이었으니까, 대충 10배 가까이 뛴 거다. 2월 한 달에만 10만 건을 넘겼다고 한다.

세뱃돈·용돈보다 주식이 낫다는 인식 변화
지인한테 왜 아이 계좌 열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현금으로 주면 쓰는데, 주식으로 사줬더니 아이가 직접 앱 켜서 확인한다"였다. 돈 개념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는 거다. 토스증권은 아이계좌 개설 부모에게 2만 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예상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비대면 5분 만에 개설 가능해진 게 결정적이었다
예전엔 미성년자 계좌 개설이 꽤 번거로웠다. 지점 방문, 서류 준비, 법정대리인 확인. 지금은 토스증권 앱 안에서 토스인증서만 있으면 5분이면 된다. 0세부터 가능하다. 장벽이 사라지면 행동이 바뀐다. 이게 단순한 마케팅 효과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이유다.
2020 동학개미 때와 지금이 다른 이유
2020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때의 투자 열기를 잊지 못할 거다. 코로나 폭락 직후 개인 투자자들이 '떨어지는 칼날'을 일제히 잡으면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생겼다. 공포 속의 매수였다.
지금은 다르다. 2026년 3월 기준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22조 원을 넘어 2020년 동학개미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사상 최대인 100조 원을 돌파했다. 근데 결정적으로 다른 건 분위기다. 2020년은 '위기 속 기회를 노리는' 심리였다면, 지금은 그냥 일상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가계에서 증권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도 과거와 다르다. 올해 증가율은 17.2%로, 2009년 이후 쭉 7%대를 유지해온 장기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주식을 '재테크'라고 부르기보다 그냥 '통장 옆에 두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어난 거 아닐까 싶다.
그림자도 있다 — 빚투가 48% 늘었다
좋은 얘기만 하면 균형이 안 맞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31조 712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 급증했다. 상승장에 올라타기 위해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빚투'가 같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 인구가 넓어지는 건 장기적으로 건강한 변화일 수 있다. 근데 상승장이 영원할 수는 없고, 빚을 끼고 들어온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조정장에서 충격이 커진다. 아이계좌 개설이 늘어난 건 긍정적이지만, 아이 이름으로 리스크 높은 종목을 담는 경우도 있다. 투자의 일상화가 신중함의 일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코스피 7000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그 숫자보다 더 실감나는 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동학개미가 4050이었다면 지금은 0세 계좌까지 포함된다. 이 변화가 새로운 문화로 정착할지, 아니면 또 다른 사이클의 시작일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것 같다.
📎 참고 자료
- [단독] 0세도 삼전 주주로…'아이계좌' 1년새 10배 폭증 — 서울경제
- 코스피 6000 시대, 개인 투자자가 이끌었다…주식 계좌 1억개, 한 달 새 19조 사들여 — 더퍼블릭
- 일상이 된 투자…올 들어 주식계좌 670만개 급증 — 파이낸셜뉴스
- 3월 개인투자자 순매수 23조 육박…5년 전 '동학개미' 기록 경신 —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