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가 4월 30일 강남·용산·신촌에 동시 오픈했다. 개점 5분 만에 앱 주문 600건 돌파로 시스템이 다운됐고, 5시간 이상 기다려야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C-Food 열풍이 또 한 번 이어지는 건지,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는 건지 짚어봤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유행 타는 밀크티 브랜드 오픈런이겠거니 했다. 근데 가만 보면 이 줄의 성격이 좀 다르다. 맛집 오픈런이랑은 결이 달랐거든.

4월 30일, 강남에서 5시간 줄을 선 사람들
차지는 2017년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한 밀크티 브랜드다. 지금은 글로벌 7,0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고, 2025년 4월에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밀크티계의 스타벅스'를 지향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많이 나온다.
한국에선 이미 '장원영 밀크티'로 통했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차지 음료를 마시다 놀라는 영상이 SNS에 돌았고, 정식 상륙 전부터 인지도가 쌓인 거다. 이걸 노리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4월 30일 동시에 연 곳이 강남, 용산, 신촌 세 군데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국 건축가와 협업해 처마와 기와를 모티브로 한 공간을 만들었다. 용산점에는 한국 작가 제니스 채의 벽화가 있다. 까치, 백호랑이, 소나무가 그려진 벽화를. 이게 단순한 음료 매장 오픈이 아니라는 신호였다.

반전: 줄 선 이유는 맛보다 '경험'이었다
오픈 첫날 현장 반응을 보면 "대기 번호 200번대", "3~4시간 기다렸다"는 후기가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근데 이 사람들이 차지 음료 맛을 알고 온 게 아니다. 많은 경우 장원영이 마신 그 음료를, 나스닥 상장 밀크티 브랜드를,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 차지를 경험하러 온 거다.
라부부 팝마트 오픈런이랑 비슷한 구조다. 팝마트코리아는 지난해 연매출 1,25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배다. 사람들이 라부부를 살 때 캐릭터 인형 자체만 사는 게 아니라 '내가 구했다'는 경험을 산다. 차지 오픈런도 그 연장선이다.
직접 먹어보니 맛은 나쁘지 않다. 차 베이스가 제대로 우러난 밀크티였다. 하지만 5시간 줄 세울 만한 맛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2025년 이후 한국에서 유행한 소비 패턴에서 '경험 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라 본다.
혹시 어린이날 완구 대신 동물원이 284% 폭증한 이유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글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봤다. 물건보다 경험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차지 전에도 있었다: C-Food 한국 침투 타임라인
차지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이미 10년 넘게 판을 깔아온 브랜드들이 있다.
- 2013년 탕화쿵푸 (마라탕) — 한국 진출 당시 매장 수 소수. 2026년 3월 기준 전국 560개 돌파. 매출 2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
- 2014년 하이디라오 (훠궈) — 명동 1호점부터 현재 전국 11개 직영. 매출이 2020년 140억에서 2025년 1,177억으로 5년 새 8.4배 뛰었다. 영업이익도 110억에서 202억으로 83% 늘었다.
- 2022년 미쉐 → 2024년 차백도·헤이티 — 밀크티 브랜드들의 본격 진출. 차백도는 강남, 홍대, 명동 등에 22개 매장을 뒀다.
- 2026년 차지 — 3개 동시 오픈, 5월에 역삼·시청 추가 출점 예정.
시청점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던 던킨도너츠가 빠진 자리다. 상징적이다.
이 흐름에서 내수 외식업과의 차이가 뚜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외식업 개점률은 18.2%로 전년 21.5%에서 하락했고, 폐점률은 15.8%로 전년보다 올랐다. 내수 외식업이 쪼그라드는 사이, C-프랜차이즈만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거다.

중국 브랜드가 한국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
차지 코리아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진 문화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확장에 있어 전략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C-브랜드 입장에서 소비 시장인 동시에 글로벌 확장의 전초 기지다. 차백도는 한국을 첫 해외 진출지로 삼은 뒤, 뉴질랜드·태국·말레이시아 등 10개국으로 뻗어 나갔다. 한국에서 통하면 동남아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이 생긴 거다.
장원영·블랙핑크 리사·제이홉 같은 K팝 스타들이 C-브랜드 제품을 들고 SNS에 나오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K-컬처가 C-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되는 역설적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한 가지 변수: 가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C-Food 열풍이 계속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차백도의 주요 메뉴는 한국에서 중국 현지보다 1.6~2.3배 비싸다. 차이티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오픈런 심리는 일회성이 강하다. 처음 줄 서서 인증샷 찍고 나면 반복 방문의 동기가 달라진다. 그때 가격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이디라오나 탕화쿵푸처럼 장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경험' 이후의 재방문을 설득해야 한다. 이게 차지의 숙제다.
C-Food 열풍이 트렌드에서 일상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는 6~12개월 더 봐야 알 것 같다. 탕후루처럼 반짝이고 식을지, 하이디라오처럼 자리를 잡을지. 지금은 그 갈림길에 있다.
📎 참고 자료
- 중국 밀크티 차지, 한국 시장 확대 전략 통할까 — IT조선 (2026.05.04)
- C-브랜드의 습격…커피 천하에 밀크티 섞었다 — 헤럴드경제 (2026.05.02)
- 해외에선 K푸드 열광하는데…명동·홍대 점령하는 C푸드 — 시사저널 (2026.04.13)
- C-프랜차이즈의 역습, 중국집 이미지를 뒤집다 — 더스쿠프 (2026.04.24)